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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회장/조선일보기사] 노영민 고소한 老변호사 "세상이 날 이렇게 만드네”

by 운영자02 posted Nov 17,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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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576321

입력

 

[최보식이 만난 사람] 김태훈(73)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청와대 국감에서 “광화문 집회에서만 확진자가 600명 이상이고 7명 이상 죽었다.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다, 살인자. 이 집회 주동자들은!” 하고 폭발했을 때, 김태훈(73)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도 결코 가만히 있지 않았다.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이 초로(初老)의 변호사는 심경을 이렇게 표현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장이 국감에서 극단적 표현을 쓰는 걸 보고 피가 거꾸로 치솟았다. ‘살인자’로 지목된 당사자의 의사를 물어봐야겠다 싶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광복절 집회 주최자인 보수 단체 ‘일파만파’의 김수열 대표를 면회했다. 그런 뒤 노영민을 허위 사실 적시 및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법률 대리인을 맡았으니 수임료는 받나?

“아이고, 그런 거 없다.”

미필적 고의에 의한 殺人

―정부는 광복절 집회를 ‘코로나 재유행’의 주범처럼 만들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은 방역 대책을 위태롭게 하지만, 그때는 이미 정부 정책에 따라 교회 소모임 금지 해제, 외식·공연 쿠폰 발행, 피서지 인파 등으로 전국에 코로나 씨앗이 뿌려진 뒤였는데?

“정부 방역 실패 책임을 특정 개인들에게 ‘살인자’라며 덮어씌웠다. 그날 광화문에서 확산됐다는 증거도 없다. 광장보다 더 밀폐된 카페나 음식점, 대중교통에서도 옮았을 수 있다. 광복절 집회는 법원의 허가를 받았다. 집회 신고 숫자보다 더 많은 사람이 모인 것인데, 그걸 불법이라고 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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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한변 회장은 “부당한 사안에 대해 그냥 있을 수 없고 하는 데까지 해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기저 질환이 있는 고령자가 걸리면 사망률이 높다는 것은 사실이다.

“주최자가 사람을 죽이기 위해 집회를 열었나. 집회 참석 뒤 죽었다고 해서 그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인가. 집회와 감염·사망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도 않았다. 독감 백신 접종이 있은 뒤로 100명 이상 죽었는데 방역 당국이 살인을 한 것인가.”

―노영민 실장의 발언 다음 날 중앙방역대책본부까지 나서 ‘광화문 집회 관련 사망자가 더 있다. 12명이다’라고 했는데?

“방역당국이 비서실장에게 아부해 통계 수치까지 조작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노 실장은 국회에 출석해 ‘국민에게 살인자라고 말한 적 없다. 이는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집회 주최자를 살인자라고 지칭했다는 것인데?

“그의 눈에는 정권에 반대하면 국민으로 안 보이는 모양이다. 대통령과 비서실장이 민노총 집회에 대해서도 ‘반사회적 범죄’나 ‘살인자’라고 말하는지 지켜보겠다.”

―노 실장은 국회 산자위원장 시절 사무실에 카드 단말기를 설치해놓고 자기 시집(詩集)을 판 사람이다. 일부 공기업이 대량 구매해줬다. 의원 사무실이 영업장이 된 셈이다. 그는 ‘파렴치’ 낙인이 찍혀 다음 총선에 나갈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유의 사람을 중용해왔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이런 인사들은 자신이 정말 옳은 줄 안다. 그러니 힘은 미약하지만 이렇게라도 나서는 것이다.”

―원래 앞에 잘 나서는 스타일인가?

“나를 알던 사람들은 ‘조용하던 김 판사가 왜 이래?’라며 깜짝 놀란다. 아이고, 세상이 날 이렇게 만드네.”

그는 20년간 판사로 재직했다. 교통사고와 국제 상거래 등 민사재판을 담당했다. 법복을 벗은 뒤 근무한 로펌에서도 주로 민사를 맡았다. 정치적 사안과는 무관하게 살아왔다는 뜻이다. 뒤늦게 그의 인생 궤도가 바뀐 것은 노무현 정권 시절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 위원을 맡으면서였다.

“비상임 인권위원 6년을 하면서 북한 인권 문제에 처음 눈을 떴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하기 전, 내가 인권위 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께서 북한에 정치범 수용소 등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석자 한 명을 빼고 모두 반대했다. 당시 조국 교수도 인권위원이었다. 내게 ‘성찰하는 진보’라는 자기 책도 줬다. 처음에는 호감을 가졌다. 하지만 그 뒤로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있으니 역겨웠다. 이건 논리도 기본 상식도 없었다.”

―2013년 몇몇 변호사와 함께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을 설립한 뒤로 매주 국회 앞에서 화요 집회를 열고 있는데?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해 그렇게 해왔다. 박근혜 정부에서 북한인권법이 통과되면서 집회도 끝났다. 하지만 현 정부 들어 북한인권법은 거의 사문화됐다. 법에 명시된 ‘북한인권재단’ 설립도 이뤄지지 않았다. 작년 이맘때는 자유를 찾아 귀순한 탈북 선원 두 명을 비밀리에 강제 북송시킨 사건까지 일어났다.”

―사상 초유의 강제 북송 사건이었다. 비밀리에 하려다가, JSA 경비대대장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보낸 보고(報告) 메시지가 한 사진기자의 카메라에 잡혀 드러났는데?

 

“현 정권의 3대 중대 범죄를 울산시장 선거 개입,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드루킹 사건으로 꼽는데, 나는 탈북민 강제 북송 사건을 가장 심각한 범죄로 본다. 자유를 찾아온 북한 젊은이들을 포승으로 묶어 눈을 가린 뒤 몰래 내보냈다. 판문점에서 안대를 푸니까, 이 중 한 명이 북한군이 보이자 털썩 주저앉았다고 한다. 양식 있는 사람들이 이 사안에 분노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누가 대신해 주겠지

―선상(船上) 살인을 저지른 중대 범죄자여서 추방했다고 현 정권은 주장했는데?

“정부의 주장일 뿐이다. 설령 범죄자라 해도 우리 법원에서 재판받게 해야 하는 것이다. 국가인권위에 조사를 하라고 진정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정보 공개 청구를 하니 ‘국가 기밀로 비공개 사안’이라고 해서 행정소송을 제기해놓았다. 최근에 국회 앞 화요 집회도 다시 시작했다.”

―처음에는 순수한 북한 인권 단체였는데, 현 정권 들어와 활동 반경이 달라졌는데?

“법치와 자유민주주의가 우리 안에서 흔들리는데 명색이 법조인으로서 가만있을 수 없었다. 정권을 향해 심한 소리를 내다 보니 내가 근무하던 로펌 눈치가 보여 나왔다. 현직 대법원장을 공격하곤 했으니 내가 로펌 대표여도 나 같은 사람을 안 둘 거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어떻게 공격했다는 건가?

“내가 김명수 대법원장 사퇴 촉구 성명서를 처음 냈다. 법조인 200여 명의 서명을 받는 게 정말 힘들었다. 그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허물었다.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움직였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을 구속시켰고, 100명 넘는 법관을 검찰에서 조사받게 했다. 사법부가 위기를 맞았는데도 전직 대법원장·대법관 중에서 공개 목소리를 내는 이가 없었다.”

―사법 적폐를 청산하고 정의를 바로 세우는 작업으로 지지하는 국민도 많았는데?

“뇌물 등 개인 비리나 부정부패가 아니라 사법 행정 직무를 문제 삼아 대법원장을 구속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잘했다는 게 아니다. 징용공 판결 건(件)으로 김앤장 변호사들을 만난 것은 잘못됐다. 하지만 그 판결이 미칠 한일 간 외교적 문제를 듣기 위한 것이지 재판 거래를 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법조인 대부분도 재판 거래가 아니라는 걸 알면서 침묵했다.”

―민주화 이후로 법원이 정치권력에 이렇게 예속된 적이 없었다. 대통령이 ‘유사(類似) 독재’처럼 국정을 운영하고 있는데도, 법조인들이 나서서 권력자의 논리를 만들어주고 있는데?

“작년에 ‘조국 사태’가 났을 때 대다수 국민이 분노했다. 교수들도 몇 천 명이 서명했다. 하지만 법조인들은 잠잠했다. 지금 검찰 제도 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지만 전직 법무장관·검찰총장이나 고위직 검사 출신들은 침묵하고 있다. 함께하자고 제안하면 ‘뒤에서 돕겠다. 마음은 같이한다’는 식이다. 솔직히 나는 이런 말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

 

 

원본보기

화요집회 현장. 왼쪽부터 김석우 전 통일부차관, 김태훈, 나경원 전 의원, 김문수 전 지사.


―왜 이들은 동참 안 한다고 보나? 그런 성명서에 자기 이름 올리는 것은 격에 안 맞는다고 보는 걸까, 잃을 게 많아서 그럴까?

“이름 올리는 것을 점잖지 않게 여기거나, ‘설마 대한민국이 망하겠어’ 하며 위기의식을 못 느낄 수도 있다. 이도 저도 아니면 ‘누가 대신해 주겠지’ 하는 마음이 깔려 있을 거다.”

―전직 장관급이나 기관장 등 우리 사회에서 가장 혜택받은 사람들이 위기 상황에서는 제일 먼저 숨는데?

“정말 속상할 때가 많다. 기업하는 사람들도 사석에서는 정권을 비판하고 나라 앞날을 걱정한다. 하지만 말뿐이고, 실제 행위로는 전혀 안 도와준다.”

―그동안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한 한수원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등 고소·고발과 헌법 소원, 성명서 발표, 정보 공개 요구 등을 현안이 터질 때마다 해왔다. 하지만 이런 소송의 실효성이 있나?

“성과 난 것은 하나도 없고 솔직히 부끄럽다. 사건을 뭉개거나 수사 진척을 안 시킨다. 무혐의·기각이 되기 일쑤다. 그렇다고 부당한 사안에 대해 그냥 있을 수 없고 하는 데까지 해보는 것이다. 법률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했다는 기록은 안 남겠나.”

나는 살 만큼 살았지만

―지금까지 주요 고소·고발만 40여 건이 된다고 들었다. 이를 감당할 만큼 변호사 인력이 있나?

“실제 발로 뛰는 회원 변호사는 서너 명이다. 다들 먹고살아야 하는데, 여기서는 생기는 것은 없고 위험 부담만 있다. 변호사 비즈니스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열정 페이’로 견뎌달라고 할 수도 없다. 나야 살 만큼 살았고 달리 할 일도 없어 하지만…. 열심히 해주는 젊은 변호사들이 정말 고맙다.”

―민변과 비교하면 어떤가?

“그쪽은 30년이나 됐고 회원 2000명이지만 우리 회원은 150명이다.문 대통령부터 민변 출신이니까, 시국 사건 재심이나 자치단체에서 주는 사건을 많이 수임해왔다. 민변은 당초 설립 취지와는 달리 점점 권력 집단이 돼가고 있다.”

―한변의 상임 대표면 회비로 월급을 갖고 가나?

“월급과 판공비 받는 좋은 자리면 내가 7년 내내 대표를 하도록 누가 놔두겠나. 회비로 사무실 월세 내고 여직원 한 명 월급 주기도 빠듯하다. 내 돈을 좀 집어넣고 있다. 이런 단체의 상임 대표에게 주어진 책임이란 돈을 끌어와 굴러가게 하는 것이다. 오래 버텨내는 게 내 목표다. 비록 힘은 미약하지만 제대로 목소리를 내는 변호사 단체가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최보식 선임기자 congch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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