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의연에 기각 알리지마”… 한변, 송두환 인권위장 공수처 고발
직권남용·허위공문서 작성 혐의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2023년 제15차 전원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민변 등 일부 진보 단체가 회의장 복도 앞을 점거하며 시위를 벌이고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뉴스1
보수 변호사 단체인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송두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과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 안성율 침해조사국장과 이경우 조사총괄과장 등 인권위 직원 4명을 공수처에 고발했다고 6일 밝혔다. 여권(與圈) 추천 인사가 위원장을 맡은 인권위 소위원회에서 정의기억연대의 진정이 기각되자, 송 위원장 등 인권위 인사들이 “당사자인 정의기억연대에 기각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한 점이 직권남용이라는 취지에서다.
인권위 소위원회 중 하나인 침해구제제1위원회(침해구제위)는 지난 8월 1일 정의기억연대가 서울 종로경찰서장을 상대로 “수요시위를 보호해달라”며 낸 진정을 심의해 표결에 부쳤다. 이날 3명으로 이뤄진 침해구제위에서 1명의 위원이 찬성표를, 2명의 위원이 반대표를 던지면서 이 안건은 사실상 부결됐다. 침해구제위 위원장을 맡은 김용원 상임위원은 이 안건이 기각됐음을 선언했다.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경찰의 인권 침해를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자 송두환 위원장 등 인권위 관계자 4명은 이날 내려진 기각 결정을 당사자인 정의기억연대 측에 알리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서도 “소위원회에서 진정을 기각하면 진정의 당사자에게 그 결과와 이유를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오히려 기각 결정을 무효화하려 하거나 후속 절차로 이행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이에 대해 한변은 “소위원회의 진정사건 기각 결정이 인권위법상 의결정족수 규정 등에 따른 적법한 결정임이 명백하지만 송 위원장 등 4명이 이 기각 결정을 보고받은 후 기각 결정을 무효화시킬 것을 획책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기각 결정을 당사자(정의기억연대)에게 신속하게 통지하는 일을 방해하지 말아야 하지만 자신들의 별도 지시가 있기 전까지 당사자에게 통지하거나 사건을 종결하는 등 후속절차를 이행하지 말라는 지시를 했다”며 인권위 관계자 4명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한변은 송 위원장 등 인권위 인사 4명이 허위공문서를 작성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정의연의 진정사건이 기각된 뒤 후속조치가 늦어진 책임이 김용원 침해구제위 위원장(상임위원)에게 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했다는 것이다. 한변은 “인권위가 김용원 위원의 기각결정 근거는 아예 언급도 하지 않은 채 기각결정의 법적 근거가 없다고 단정하는 허위 내용의 공문서를 작성했다”며 “허위공문서를 인권위 출입기자 수십 명에게 배포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9월 8일 “소위원회 위원 간 의견이 합치되지 않는 경우 소위원장이 기각으로 선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것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며 “재논의와 협의 등 해결방안을 모색하느라 후속조치를 진행하지 못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러한 인권위 내부 갈등은 소위원회 기각 결정에 대한 인권위원들의 법규 해석이 상충되면서 불거졌다. 인권위법에 따르면 “소위원회의 회의는 구성위원 3명 이상의 출석과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동안 열린 인권위 소위원회에서는 안건이 3명의 만장일치로 의결되지 않았을 경우, 여러 차례 다시 상정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부 인권위원들은 “3명이 모두 찬성하거나 기각했을 때만 의결이 가능하고, 2:1 또는 1:2로 표결이 나오면 다시 상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반면 다른 인권위원들은 “3명으로 이뤄진 개별 소위원회에서 1명만 반대해도 안건을 기각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지난달 30일 인권위 전원위원회에서 발의했다.
같은 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등 진보 단체 회원들이 인권위 전원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이충상·김용원 상임위원 사퇴하라”며 시위를 벌였는데, 이 안건을 문제삼은 것이었다. 당시 진보 단체 회원들은 전원위원회가 열린 서울 중구 나라키움저동센터 14층 회의실 앞 복도에서 고함을 지르며 소란을 피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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