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변은 작년 11월 11일 대한민국으로의 귀순의사를 밝힌 북한 선원 2명에 대한 강제북송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을 위하여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하였으나 지금까지 우리는 인권위로부터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은 정부가 작년 11월 2일 동해 NLL을 넘어 와 귀순의사를 밝힌 북한 선원 2명을 닷새 만인 11월 7일 비밀리에 재갈까지 준비해서 눈을 가리고 포박한 채 강제 북송한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판문점 군사분계선에 가서야 비로소 안대가 풀려 북한행을 깨달은 탈북 선원은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고 한다. 대한민국 국민을 적법절차 없이 전격적으로 고문, 처형 위험이 높은 북한으로 추방한 것은 헌법과 법률 및 우리나라도 가입한 유엔고문방지협약 제3조를 심각하게 위반한 대한민국 초유의 중대 인권침해 및 자국민 보호의무 위반 사건이다. 이미 언론 보도 등에 의하여 청와대의 개입 정황을 비롯한 사실관계의 상당 부분이 밝혀진 마당에 인권위가 그 조사를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한변은 위 진정서 제출 후에도 인권위가 딱히 진척사항을 보이지 아니하여 작년 12월 4일 긴급구제신청서까지 제출하였으나, 인권위는 지난 1월 초 이 역시 긴급구제 요건을 충족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각하여, 본 사건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과 의혹만 증폭시키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관련 법령 (‘인권침해 및 차별행위 조사구제 규칙’) 제4조에 의하면 ‘진정은 이를 접수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다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그 기한을 연장할 경우에는 문서로 진정인에게 그 사유를 설명하여야 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권위는 진정서 접수 후 넉 달이 넘도록 처리 지연 사유에 관해 어떤 설명도 없이 조사현황이나 조사결과를 내놓지 아니한 채 묵묵부답의 자세를 취하고 있으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인권위는 대한민국의 독립된 인권 전담 기구로서 정부에 의한 전대미문의 자국민 인권침해사건에 대한 진상을 조속히 규명하여 엄중히 그 책임을 묻고, 동일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 대책을 제시해야 할 것이며, 나아가 북한에 대한 촉구나 유엔 등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하여 북송 선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필요한 보호대책 마련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2020. 3. 23.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회장 김태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