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에 매주 1건 꼴로 '쓴소리' 낸 김태훈 한변 회장

10여 년간 '북한 인권 개선' 외길
올해엔 정부 항의 성명 50건 발표
"대한민국 기본 가치부터 흔들…北 인권 다룰 여유 없던 한 해"
"최저임금법 위헌" 헌법소원 곧 제기
"기관 후원 끊겼지만 전국 각지서 '십시일반' 개인 후원 이어져"

"北여성, 정치범 수용자 인권은 세계 최악"
"남북군사합의도 위헌 제기할 것"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원래 정치색깔이 없는 순수 북한 인권 단체죠. 하지만 올해 시장경제와 법치주의 등 기본 가치가 흔들리는 사태가 발생해 바라만 보고 있을 순 없었습니다. 우리나라부터 흔들리는데 북한 인권을 다룰 여유도 없어졌죠.”

국내 대표 보수 변호사 단체인 한변을 이끄는 김태훈 회장(사법연수원 5기·사진)은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계속 싸우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변은 올해 정부의 최저임금법, 탈원전 정책, 역사교과서 논란, 검찰의 ‘적폐수사’ 등에 대해 50건의 항의 성명을 발표하고 불법 혐의에 대해선 줄줄이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1년간 매주 1건씩 문재인 정부에 ‘쓴소리’를 낸 셈이다. 한변은 최저임금 위반 시 형사처벌하는 최저임금법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고, 지난 9월엔 삼성에 지배구조 변경을 압박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을 직권남용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6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한 한국수력원자력 이사 11명을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2013년 설립된 한변은 현재 150여 명의 변호사가 소속된 국내 최대 보수 변호사 단체로 성장했지만 대부분 ‘무보수’로 활동한다. 한변의 성명 발표와 각종 고발은 서울 서초동의 한 낡은 건물에 있는 82㎡(25평) 규모 사무실에서 나왔다. “정부의 압박이 없었냐”고 묻자 그는 “없었다”면서도 “정부 눈치를 보는 기관들의 후원은 끊긴 상태”라고 했다. 김 회장은 “하지만 한변 취지에 공감해 전국에서 후원하겠다는 분들이 많아졌다”며 “요즘 젊은 변호사의 가입 문의도 늘었고, 나라를 걱정하는 외국 로스쿨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무료 봉사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유엔이 14년 연속 북한 인권 결의안을 채택한 것을 올 한 해 최대 성과로 꼽았다. 한변은 지난 10월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실태를 폭로하는 인권 행사를 열었다. 그는 “수잰 솔티 북한자유연합 대표 등 미국 인권운동가와 연대해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호소한 것이 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그는 20여 년간 판사 생활을 마치고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이 됐다. 북한 인권 실태를 접한 후로 지금까지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외길 인생을 걸었다. 2014년 9월부터 국회나 청와대 앞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화요 집회’를 지금까지 78회 열었다. 그는 “북한 내 여성과 정치범 수용자들의 인권은 세계 최악”이라며 “성폭행과 강제 낙태는 말할 것도 없고, 극심한 고문과 강제 노동, 종교 박해 등은 심각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인권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북한 인권에 침묵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새해 계획에 대해 김 회장은 “국회 동의를 거치지 않은 남북군사합의서에 대해 조만간 헌법 소원을 제기할 것”이라며 “북한 인권 개선의 필요성을 국제기구에 호소하는 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