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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변통신/ 2018년 1월 셋째 주 ] 검·경 개혁의 성패, 권력과의 결별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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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현 변호사(dhseok07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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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 서울대 법학과 졸업

2011 부산지방검찰청 검사장
2012 서울동부지방검찰청 검사장
(현) 법무법인 대호 대표변호사

(현)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소송 지원센터장

 

 

 

 

최근 청와대가 발표한 국가정보원·검찰·경찰 개혁안의 핵심은 국정원과 검찰의 권한을 대폭 줄이는 것이다. 국정원은 대공수사권을 경찰에 신설될 안보수사처에 넘기고 기관명을 바꿔 대북·해외 정보업무만 전담하게 된다.
검찰은 고위공직자 수사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에, 일반사건 수사를 경찰에 각각 넘겨야 한다.
검찰의 역할은 경제·금융 등 제한된 범위의 특수수사와 경찰이 1차 수사한 일반 사건의 2차 수사 또는 보충적 수사를 맡는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했던 내용을 약간 구체화한 수준인데, 현 정부 임기 동안 세 수사기관의 권한을 어떤 방향으로 재편할지에 대한 대통령의 구상을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사실 경찰은 이미 전 정부 시절인 2012년 1월에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결과를 토대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을 통해 숙원이던 일반범죄 사건의 독자적 수사 개시와 수사 진행권을 법적으로 확보했다. 이번 개혁안은 더 나아가 검찰과 경찰이 모두 1차 수사를 하는 일반 범죄에 대해 1차 수사는 원칙적으로 경찰만 맡도록 한다. 
  
개혁안대로라면 현재 검찰과 경찰이 각기 접수해 수사하는 고소·고발사건은 전부 경찰이 접수해 1차 수사를 맡게 된다. 또 현재 검찰이 직접(1차) 수사를 많이 하는 조폭·마약·환경·식품·의료·지식재산권·첨단범죄·무고· 위증, 심지어 선거 수사까지도 모두 경찰이 1차 수사를 담당하는 구조가 된다. 우리 사회가 당장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리고 이런 수사권 분산이 과연 과거 적폐 청산과 국민 권익 향상에 도움이 될지 따져볼 필요도 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세 수사기관의 과거사 청산을 전제로 권력의 분산과 상호 견제를 추진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의 동기나 목표를 모두 과거사 청산으로 연결 짓는 것은 과도한 문제의식에 따른 오류를 범할 소지가 있다. 과거에 검찰·경찰·국정원에 의해 국민이 피해를 보거나 국민적 공분을 야기한 사례들을 보면, 기관 권한의 불균형 때문이 아니라 기관이나 그 구성원들의 권한 오용 또는 남용, 과잉의욕, 공복의식 부족, 인권 불감증에서 야기된 측면이 있다. 권한의 오·남용 사례 중에는 당대 정치권력의 입김 때문에, 또는 눈치를 살피느라 그렇게 된 경우가 많았던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과거사 문제의 재발 방지에는 기관의 권한 분산·재편과 별도로 인사권을 가진 상위 권력과 정치권력의 간섭 중단이 훨씬 더 중요하다. 또한 권력기관 종사자들의 공복의식과 인권의식도 개선돼야 한다. 수사와 관련된 권한의 축소, 예컨대 구속이나 압수수색·계좌추적 등 강제수사권 발동 요건의 강화 등으로 국민을 상대로 한 강제수사권 오·남용 소지를 대대적으로 줄이는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 
  
과거사에 대한 청산과 새 출발을 각 권력기관의 권한 재편과 견제 장치 마련으로 달성하겠다는 것은 이상론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수사권의 분산과 재편이 권한의 오·남용 자체를 억제·방지하는 수단이 될 수는 없다. 만약 검찰 특수부와 경찰 광역수사대 또는 지능범죄수사대가 서로 경쟁하듯 직접수사를 확대하거나 실적에 집착한 수사나 정치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사를 강행한다면 법의 이름으로 국민에게 괴로움을 끼칠 소지는 얼마든지 있다. 
  
수사는 범법자들만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고 결론이 나기 전까지는 억울하게 그 수사로 고초를 겪는 선의의 국민도 생기는 영역이다. 요컨대 권력기관의 개혁은, 그중에서도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문제는 단순히 권한의 분산뿐 아니라 시대변화와 조류에 맞게 기업인의 배임죄 해석 등 형사사법 기능을 합리적으로 발휘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 또 상위 권력이나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해 사회적 정의를 구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시대정신에 맞게 피의자 인권 및 피해를 본 국민의 권익 보호 기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수사기관 개혁은 형소법이나 국정원법 등 여러 관계 법률을 모두 정비해야 하는 매우 복잡하고 힘든 작업이다. 지방선거가 목전인 상황에서 최근 출범한 국회 사법개혁특위가 짧은 기간에 합의를 이뤄 입법절차까지 진행하기도 쉽지 않아 보인다. 따라서 국회의 게으름만 탓할 것이 아니라 개혁안이 내실 있고 정교하게 이뤄지도록 국민들이 독려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논의가 겉돌게 된다. 무엇보다 수사기관 개혁에 있어 일차적 관건은 최고 권력자가 그 기관들을 입맛에 맞게 부리지 않겠다는 의지에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중앙일보 2018ㆍ1ㆍ18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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